기억과 망각
손범식
리바디아 산기슭 두 개의 샘
오른편 므네모시네, 왼편 레테
그곳에 기억과 망각의 물이 솟구친다.
저승 앞을 흐르는 레테,
망각의 물은 변함없이 흐르고
자조 섞인 상념의 파편 지워보려
아픈 기억 해독제 한 모금 들이켠다.
슬픈 상처 지우는 레테의 물은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수수한 진실마저 은폐하고
사랑의 감정까지 앗아가 지워버린다.
기억의 능력을 부여하는 므네모시네,
부활의 샘은 힘차게 솟구치고
잃어버린 생명의 혼(魂) 회복하려
기쁜 사랑 회복제 한 모금 마셔본다.
영혼의 불꽃 솟아오른 므네모시네 물은
힘찬 날갯짓으로 영감을 불어넣고,
왜곡된 망각의 진실을 되살리며
신성하게 넘쳐흐른다.
두 샘물은
결국 하나로 모여 큰 강을 이루고
라이프(life)란 이름을 부여받아 흘러간다.
우리는 인생이란 강물 위에
기억과 망각의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향해가는
그저, 나그네일 뿐.
그저, 나그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