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꽃
대나무는 6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하지만 대나무에 꽃이 피면 그 주변의 대나무는 모조리 말라죽게 된다. 내 집 주변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나무가 무성 무성 자랐고 덕분에 5월 말쯤이면 죽순의 별미를 만끽하곤 했었다.
작년 봄. 난 대나무에 꽃이 피는 광경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마치 보릿잎처럼 꽃이 피었고 대나무 잎새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대나무의 기형적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그것이 대나무 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4년 봄.
집 주변의 모든 대나무들이 노랗게 다 말라죽었다. 저녁이면 대나무에 집을 짓고 밤을 보내던 까치의 울음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그 까치는 이제 어디에 동지를 틀까? 동병상련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살기 위해서 꽃을 피우면 절대 안 되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 대나무 꽃의 역설적 현상이 '꽃이 피면 잎이 지는', 둘은 결코 만날 수 없고 이룰 수 없다는 슬픈 연인의 꽃말 '상사화(相思花)'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