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을 지나면
손범식
선홍빛 단풍 물결
*반나마 이울어
아침 찬서리에
괴로워한다.
만산의 우거진
녹엽(綠葉)의 활력은
*어언간
생기를 잃고
선혈 자국 흥건한
핏빛 모습으로
찬바람에
*는적는적 시달리며
하나둘 쓰러져 가네.
마가을 지나면
낙엽마저 시들어
갈색 주검으로
흐느끼며 떠돌다가
흐드러진 흰 눈 속에
설운 아픔 숨기고
따스한 봄날만을
애타게 기다릴
민초(民草)의 삶.
봄 햇살 찾아들고
하이얀 눈 녹아내려
싸늘한 주검 위에
슬픈 눈물 뿌려주면
비로소
푸른 새 생명 되어
다시 태어날테지.
* 마가을: 늦가을
* 반나마: 반 조금 넘게(more than half)
* 이울어: 꽃이나 잎이 시들다.
* 어언간:(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 는적는적: 물체가 힘없이 자꾸 축 처지거나 물러지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