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허탈감
손범식
푸릇청청
눈부신 하늘 아래
탐스러운 벼 이삭
황금물결 일렁이며
버거운 듯
알알이 고개를 숙인다.
고운 빛깔 물들인
황금 들녘엔
기계 소리 요란스레
귓전을 스치고,
추수 끝낸 들녘은
휑한 찬바람만이
허허벌판 공허함을
시망스레 위로하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의 풍경 속에
만추(晩秋)의 허탈감만
무람없이 찾아들고,
버름한 가슴속으로
슴새어 들어와
고독한 마음을 달래줄 뿐.
자연도 인간도
기나긴 동면 속으로
시나브로 빨려 들어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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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람없이: 조심성이 없이
* 버름하다.
1. 틈이 꼭 맞지 않고 조금 벌어져 있다.
2.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사이가 뜨다.
* 슴새다: 조금씩 밖으로 스며 나가다.